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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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 http://blog.chosun.com/esse21/2880740 | |||
- 미야베 미유키(애칭 '미미여사')를 아시나요?
내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2-3 년 전인 것 같다. 아니 4-5 년 정도 되었나?
<화차>(1993년)를 맨먼저 읽었다. '좀 다르구나...' 하고 느낀 정도, 그리고 그 다음 <이유>(1999)를 읽고는 작가에 대한 감탄이.. '아, 이 사람 대단하네!' 하는 것. 이후론 도서관에 미야베 미유키 책이 들어오는대로 다 읽었다. 더러는 내가 먼저 신간도서 구입 희망 신청을 해서 읽기도 했고,
미야베 미유키는 흔히 사회파 미스테리 소설이라 분류되는 작법의 작가이다. 이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 바로 <이유>인데, 이 소설은 한 권의 르포르타쥬 마치 논픽션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정도로 섬세하고 치밀하다. 이 사회파 미스테리 범주에 드는 동양권의 작가로는 어릴 때 읽었던 모리무라 세이이찌 나 마쓰모토 세이죠오, 한국작가로는 김성종씨 정도가 유일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아니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미유키의 <이유> 정도의 치밀함을 가지고 쓴 책은 트루만 캐포티의 <콜드 블러드> 정도라고 생각된다.
- 일본 최고의 추리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테리 <외딴 집>
<외딴 집>은 역사 추리물(= 시대 미스테리)이다. 그래서 처음엔 참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 역사 추리물 붐을 몰아온 것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그 시작인 것 같은데, 그 후속으로 지금까지도 해외 역사추리물들은 꾸준히 번역되고 판매되는 걸로 안다. 첨엔 우리와 전혀 다른 서양 역사 추리물엔 쉽게 빠지면서도 일본 역사 추리물이란게 과연 제대로 읽힐까 겁도 났다. 나 어릴 때 한참 인기끌던 대하 일본 역사소설은 한권도 읽질 않았으니.. 말하자면 '미야모토 무사시 전집' 같은 거 말이다. 이것도 한때의 유행이었었는데..
어린 내가 책을 좋아하단 걸 알고 큰아버님이 직접 번역하신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주신 것, 부산서 서울 올라오면서 12살 때 처음 (내 기억으론 처음이고, 그전에 더 어릴 때 뵌 건 기억을 못 한다.) 큰아버님을 뵜는데, 그 때 내 작은 골방에 책이, 그 알량한 책들이 조금이라도 놓인게 기특하게 여겨지셨던가보다.. 암튼 기뻐하시며 직접 번역하신 도스또예스키 책을 주셨다. (큰아버님께선 을유문화사(?)의 도스또옙스키 전집 중에 <지하생활자의 수기>와 단편 몇 편을 번역하셨다.) * 참고로 장남인 큰아버지는 동경대 출신이시다. 차남인 아버지는 무학력이셨고,
늘 말하지만, 나는 감각적인 면이나 호기심, 순발력, 창의적인 욕구, 다 남다른 편이지만, 끈기나 지구력, 경쟁심 같은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 나아가 호기심이 너무 많다보니..한마디로 결정적으로 산만하다. 아니 그것 보다는 안정적인 성격이 못되는 탓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 무슨 장편 대하 소설 못 읽은 변명을 이렇게.. 츳, - 앗, 대하소설 읽은 것이 있긴 있다., 류주현의 '흘러가는 저 구름에' 제목이 이거 맞나(?) 내가 워낙 눈에 띄이는 책(글)은 무조건 읽는다는 막무가네식의 독서이다보니.. 정확한지 자신은 없다.
- 사회파 시대 미스테리를 읽는다는 것!
암튼 이전에 읽은 미미여사의 소설들이 전부 현대의 이야기였는데, 이건 에도시대 이야기이니.. 내가 에도시대가 뭔지 아나? 그보다 쉽게 상상의 나래를 펼 여지가 없는 것이 난감했다. 그런데도 이 책 참 좋게 읽었다.
첫 도입부가 아주 흥미진진했는데... 마치 찰즈 디킨즈의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 아주 불쌍한 어린 고아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주인공인 '호'('바보'란 의미의 호란다.)란 아이에 대한 연민으로 이야기에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호'가 운명에 떠밀려 가게 되는 곳, 일본 에도시대(* 에도시대란 우리 조선시대와 대략 연대가 비슷함) 해안 지방의 한 도시, 마루미 번(중앙인 에도는 막부(쇼군)가 통치하고 지방인 번은 영주가 다스리던 시대 = 막부시대)으로 오게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조개를 원료로 한 염색이 유명한 이 해안지방으로 옮겨간다. 마루미 번에서 '호'는 사지가문(의사)의 한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되고 그 집 딸인 고토에란 착한 여자의 친절한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는데.. 어느 날이 이 고토에가 살해 당하고, 살아있는 악귀라 불리우는 나라의 큰 죄인 '가가님'이 이 곳의 역시 악령 붙었다고 소문난 외딴 집(마른 폭포 저택)으로 유배 오면서 평화로웠던 마루미 번은 온갖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말리게 된다. 제목인 <외딴 집> 집이란 바로 이 마을의 재앙을 몰고온 가가님이 묵는 저주받은 낡은 저택을 가르키며, 이야기가 펼쳐짐에 따라 이 지방의 특색, 당시의 신분제도, 민간신앙과 풍습, 사람들의 기질 같은 것들이 차츰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저 처음 손에 잡기가 힘들 뿐, 일단 읽기 시작하면 흥미진진하니까, 디킨즈 고전인 <올리버 트위스트>나 <데이비드 커퍼필드>를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고아 소녀가 주인공이고, 여기에 '사지'라 불리우는 의사들, '히키테'라 불리우는 경찰에 유일한 여자 경찰 후보생인 씩씩한 처녀'우사', 파수막(파출소), 무사들. 조개염색집들, 여관주인, 허름한 절의 혜안을 가진 주지 '에이신 스님' 등이 등장하고, 음모와 질투, 살인, 살아있는 악귀, 선인과 악인들이 등장한다. 내가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시대의 일본 사회가 아주 조직적이면서 합리적이었다는 것, 나아가 인간적이고 마을의 공동체로서의 협동정신 또한 강했다는 것이다. 우리 작가 중의 누군가가 이런 역사 추리소설을 쓴다면 과연 이 정도로 우리 옛 시대를 생생하게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진다.
그보다는 이런 사회파 시대 미스테리를 쓸 수 있는 실력있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에도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1960년 도쿄 출생. 고단샤‘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수강. 87년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 91년 <용은 잠들다>로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99년 <이유>로 나오키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일본 SF 대상 등 다수 수상.
* 뱀발 : 지금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일명:인생을 훔친 여자)가 변영주감독에 의해 영화화 작업중이고, 또 하나 미유키 원작의 '브레이브 스토리'(애니메이션)이 곧 개봉 예정이다. 바야흐로 한국에도 '미야베월드'= 미야베 미유키 = 미미여사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것 같다. (音楽♪) Trio Toykeat / Vanhojapoikia Viiksekkaita |
@ 2008/03/2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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