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4 16:19
모든 가격은 정치적. 신자유주의는 허상
김대중정부 시절 정부 부처를 출입하고 있을 때다. 어느 공기업에서 민영화 계획을 들고 와서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이어 문답이 이어졌다. 문답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필자가 던진 “그런데 민영화는 꼭 해야 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공기업 관계자는 별 바보스러운 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제가 대답할 성질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때만 해도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유행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민영화란 용어는 교조처럼
떠돌았고 어떤 이의 제기도 없었다.
지금은 민영화가 꼭 능사가 아니라는 반성이 제법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민영화까지 포괄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물론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옹호론과
신자유주의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필요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 수용론으로 갈라지기는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반대 논리처럼 신자유주의를 결사 저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 다음엔 어쩔 건가”라는 질문엔 막막해진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이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상당히 도발적이고 진취적인 제안을 담았다.
장교수의 주장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 틀렸으며 대안도 있다. 대안은 국가의
역할을 신중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케인스 학파가 몰락하면서 정부는 시장의 효율을
갉아먹는 비효율로 지탄 받았고, 가능하면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믿음이 퍼졌다.
장교수는 ‘시장의 실패’는 ‘정부의 실패’ 못지 않게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정부를 통해 시장을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전지전능해서 알아서 경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주장하지만,
실제 시장의 발생은 항상 국가에 의해 신중하게 조정됐다. 또한 시장의 사도들 가운데 하나인 가격은 신성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모든 가격은 잠재적으로 정치적인 것’이다.
소득불평등 등 갖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고, 그 늘어난 파이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란 신자유주의의 주장도 허구라고 장교수는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오히려 세계경제가 퇴보했기
때문이다. 의미 있고 통쾌한 분석이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이 이러한 장교수의 지적에 수긍하거나 혹은 건설적인
반론을 제기할지는 미지수다.
이종태·황해선 옮김. 1만6천원
〈안치용기자 ah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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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격은 객관적이다? 장하준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금과 이자율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임금과 이자율은
상당부분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임금은 이민 제한 같은 요인에 의해 영향받고, 이자율은 경기 조절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의 객관성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신봉하는 허구일 뿐이라고 장하준은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효율화를 이룬다? 또한번 고개를 젓는다.
'국가의 역할'(부키 펴냄)은 "신자유주의가 주류로 등장한 현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장하준
교수가 쓴 '답안지'이다. 그가 제출한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독자가
채점하기에 달렸다. 여하튼 그가 내놓은 답안의 핵심은 책 제목 그대로 국가의 역할이다.
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에서 국가란 존재할 수 없다. 국가는 약탈자나 정치적으로 강력한 집단이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로 전락하며, 정치는 '집단 의지'에 기생해 시장이 내린 결과를 변경하는 합법적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신자유주의의 견해를 반박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존재가 부각된다. 최종적 갈등 관리자이자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 담당자로서의 국가의 존재가 그것이다.
그가 고개를 저었던 신자유주의의 경제의 효율화로 돌아가자. 세계의 1인당 소득은 '바람직하지 않은 구시대'로
불리는 1960년~1980년 기간에 3.1% 증가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던 이후 20년 동안에는 겨우 2%
증가하는데 그쳤다.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증가율도 같은 비교 기간 동안 3%에서 1.5%로 떨어졌다. 그마나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이 없었다면 이 수치는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장하준은 지적한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중국과 인도가 신자유주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보기 드문 국가였다는 점이다. 라틴
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옛 공산주의 국가들도 처참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장하준은 '이런 성적은 신자유주의자들조차 참 황당했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이 효율성과
경제 성장을 마치 신주 단지 모시듯하면서 분배보다는 성장이라는 정책을 정당화해왔다고 지적한다.
대안으로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단시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기업가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가 그릇된 비전을 추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 사회에 퍼져있는 각종 비전을 수렴해 비교하고 그중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매커니즘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받은데 이어 2005년에는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하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저서로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이 있다.
/머니투데이,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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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대안은 없는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떠돌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적 현안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감세냐,재정지출
확대냐 라든지 성장이냐,분배냐 하는 것도 크게 보아 신자유주의적 논란의 변주곡이다. 과연 신자유주의는 무엇이며
그 논리 속에는 어떤 모순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
'국가의 역할'(장하준 글)은 신자유주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춤추는 현 상황에서 과연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의 궁극적인 목표가 민주적 통제 자체를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음흉한
의도에 맞서는 반박논리가 책 전반을 채운다.
지은이가 펴는 논리의 핵심은 '국가'에 대한 희망이다. 갈등을 관리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혁신을 추진하는 데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지은이의 이런 시각은 신자유주의가 전통적인 국가의 역할을 거부하는 입장이라는
데서 비롯됐다. 감세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은이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주장처럼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경제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단언한다.
국가의 필요성이 여기서 부각된다.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것처럼 공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정부 실패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고 본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담그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그것을 퍼뜨리는 설교에 대해서도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인과 관료들에 대한 비판은 신자유주의의 음모라는 것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이 '시장'에서 비롯된 불리한
결과들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문에서 지은이 뜻이 고스란이 전해온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아서'다. 책은 국가개입에 대한 논쟁에 대해
먼저 풀어간다. 이어 경제학적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들을 비판한다. 지은이는 사람들의 삶과 관계 깊은
일들을 과연 '보이지 않는 손'에 완전히 맡길 것인지,국가라는 존재로 하여금 공론의 장에서 우리의 뜻이 반영되도록
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부키/이종태·황해선 옮김/1만6천원. 김마선기자 ms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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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vs 정부, 우리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까
“우리의 미래를 누가 결정하게 할 것인가. 신자유주의자들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맡기라고 한다. 반대론자들은 국가로 하여금 공론의 장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고 제도화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사진)는 작년에 ‘쾌도난마 한국경제’란 책을 통해 후발산업국가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책은 ‘쾌도난마’보다 앞서 2003년 영문판으로 출간됐고 이번에 우리 말로 옮겨졌다.
‘우리의 미래를 누가 결정하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이 책을 왜 썼는지를 설명한다. 우리의 미래를 불확실성에
가득 찬 시장의 손에만 내맡길 수 없다는 믿음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필자는 그 점에서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향해 분노한다.
국가를 “약탈자나 정치적으로 강력한 집단이 그 당파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정치를 “집단적
의지에 빌붙어 시장이 내린 결과를 뒤엎는 합법적 수단”이라고 보는 신자유주의자들을 경멸한다.
그의 비판은 날이 서있다. 신자유주의는 적어도 이 책 속에선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백전백패’다.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구조변동과 개발도상국에서 국가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논한 대목은 설득력이 있다. 시장의
개별적 경제주체들은 체제(system) 전체를 보는 비전이 없거나 다른 경제주체의 행위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우왕좌왕한다. 그래선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장 교수는 “경제 전체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어떤 한
경제주체가 중심적 위치에서 조정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분산된 경제주체보다는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부가 그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조직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가적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국가를 지나치게 매도(罵倒)해왔다고 말한다. 예컨대 “정보에서 기업은 국가를
앞선다” “정부 산업정책은 무용지물이다” “관료 권한 강화는 부패를 부른다” “정부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들은 근거 없는 ‘마타도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탈규제만이 선(善)인가’라고 묻고
“규제가 없었다면 시장도 없었고, 시장은 규제(정부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답한다.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도주의’(institut ionalism)를 제시한다. 국민경제의 성패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에 달려있다. 시장은 매우 중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여러 제도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지나치게 저평가된 ‘국가의 역할’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그의 문제 제기는 의미 있다. 그러나 정부와
시장의 역할 논쟁을 너무 ‘신 자유주의와 안티 신자유주의’의 이분법적 틀 속에서 보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갖는 역동성, 효율성, 자기조절과 자기복원 능력과 같은 장점들을 평가하는데
인색했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국가의 역할도 ‘신자유주의와 안티 신자유주의’의 중간 어디쯤 있다는 걸 그도
모르지 는 않을 것이다.
1부 : (국가 개입의 이론적·역사적 배경) 국가의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 35
1장 : 국가의 경제 개입을 둘러싼 논쟁사 37
1 자본주의 황금시대와 국가의 부상 40
2 황금시대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의 역습 48
3 반개입주의의 진원, 신자유주의 비판 57
4 보다 업그레이드된 국가 개입론을 향하여 65
2장 : 구조 조정 시대의 국가의 역할 71
1 후생경제학, 신자유주의, 제도주의의 개입론 74
2 기업가로서의 국가의 역할 81
3 갈등 조정자로서의 국가의 역할 88
4 ‘산업 정책 국가’ 대 ‘사회적 조합주의 국가’ 97
5 국가는 이제 무엇을 하는가? 105
3장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107
1 신자유주의의 내적 모순 110
2 신자유주의 비판 117
3 제도주의 정치경제학을 향하여 139
2부 : (대외 경제 정책 이슈 점검) 발전과 진보를 위한 경제학을 향하여 145
4장 :초국적기업의 등장과 산업 정책 147
1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한 신화와 진실 149
2 초국적기업의 유치는 곧 경제 발전인가? 158
3 초국적기업 때문에 산업 정책이 불가능한가? 165
4 아직 확보 가능한 개발도상국의 정책 선택권 172
5 전략적 산업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176
5장 : 경제 발전에서 지적재산권의 역할 179
1 경제 발전과 기술이전, 지적재산권의 관계사 181
2 지적재산권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가? 192
3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과 국가 발전 206
4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의 대안을 찾아서 213
6장 : 선별적 산업 정책은 지금도 유효한가? 219
1 제도적 선결 요건론에 담긴 허구 224
2 제도적 선결 요건론의 실증적 검증 226
3 국제 환경의 변화와 선별적 산업 정책 246
4 선별적 산업 정책은 여전히 가능하다! 250
3부 : (국내 경제 정책 이슈 점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반경제성 비판 253
7장 : 산업 정책의 정치경제학 255
1 산업 정책을 둘러싼 논쟁들 256
2 정태적 차원에서의 산업 정책 논리 266
3 동태적 차원에서의 산업 정책의 논리 286
4 반산업 정책론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301
5 문제는 타당성이 아니라 실행 방법이다! 318
8장 : 규제의 경제학과 정치학 321
1 정부 규제의 역사적 변천 과정 324
2 탈규제 논쟁에서 간과된 것은 무엇인가? 347
3.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에 너무 이르다 365
9장 : 개발도상국에서 공기업의 효율성 369
1 ‘비효율적’인 공기업이라는 허구 371
2 공기업을 둘러싼 찬반 양론 378
3 공기업과 사기업의 효율성 비교 391
4 실증적 증거를 통한 저개발국의 공기업 평가 404
5 공기업의 실적을 향상시킬 방법은 있는가? 407
6 공기업은 단순히 경제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421
주 422
참고 문헌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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