国際政治·국제관계론

중국의 '힘'은 국제사회의 규범(norm)과 원칙(principle)를 깨뜨린다

雄河 2015. 12. 23. 20:03
사설·칼럼
  • chosun.com
  • 中, 법보다 '힘' 앞세우는 나라로 비치길 원하나

    • 입력 : 2010.09.27 23:30

    중국이 최근 미국·일본을 향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과 일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산 닭 제품에 대해 앞으로 5년간 최대 105.4%의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산 닭 제품 수입이 전년대비 6.54%나 늘어 중국 관련 산업이 1864억원가량의 피해를 보았다는 이유다. 중국 베이징 세관은 지난 25일 일본으로 가는 상업용 항공화물 전량(全量)의 포장을 뜯고 직접 검사하는 등 일본의 수출입 상품에 대한 통관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중국이 평소 10~20%의 수출입 상품에 대해서만 이 같은 방식의 세관 검사를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중국의 이런 조치들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보복이라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미국 및 일본과 빚어온 마찰을 떠올리면 중국의 이런 움직임들이 두 나라를 겨냥한 보복적 조치라는 의심을 낳을 만하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으며 이 문제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일 관계 역시 중국 어선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아 일본 당국에 중국인 선장이 구속되면서 전면 충돌로 비화(飛火)하다가 중국인 선장이 풀려나면서 고비를 넘긴 듯했지만 중국이 '사과와 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

    중국은 일본과의 충돌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압력 수단을 총동원해 일본을 굴복시켜 중국인 선장을 석방시켰고, 미국과의 관계에선 저(低)평가된 위안화가 미·중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위안화 재평가를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칠게 뿌리치는 모습을 통해 '중국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중국은 지금 자신들이 미국과 일본을 향해 구사하고 있는 전략이 단기적(短期的)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이 그간 중국이 주장해 온 동북아 협력 모델의 실현,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빚고 있는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세계가 믿도록 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와 함께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중국의 위상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가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당장 중국과 난사(南沙)군도 분쟁을 빚고 있는 아세안 국가의 대미(對美) 의존 성향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이번 사태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일본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이 평화헌법에 묶여 전쟁을 할 수 없고 미국의 핵(核)우산에 안보를 맡길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돌출(突出)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일본을 몰아붙일수록 일본의 우경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동북아 안보 구도 전체도 불안정한 상태로 휩쓸려갈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의 집(Europe house) 같은 지역 공동체를 꿈꾸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힘 있는 국가가 힘없는 국가에 뼈아픈 상처를 안긴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중국은 100년 전 피해자였던 자신들이 이제는 자국(自國) 이익 앞에선 법보다 힘을 먼저 내세우는 국가로 비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를 자문(自問)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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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8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