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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을 여행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갑자기 몸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서울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의사가 있다.
서울 한남동에서 마츠야마(松山)의원을
운영하는 마츠야마 요시노리(52·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진료해오고 있다. 일본의
여행 인터넷 사이트, 관광 안내책자 등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유명인사다. 그는 재일교포 3세로 1976년에 처음 한국에 왔다.
"좀
권위적이시던 아버지와 관계가 서먹해 일본에서 공부하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고, 1977년 서울대 치대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보다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1979년에 다시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어요."
그의 병원에서는 한국인은 진료하지 않고, 일본인만
예약제로 진료한다. 정해진 진료 시간 외에는 아픈 일본 관광객들을 치료하러 서울시내 호텔을 누비며 왕진을 한다.
"아픈 관광객
10명 중 9명은 급성 위장염,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라서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10명 중 1명꼴로 입원, 수술까지 필요한 심각한
질환이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죠."
관광객을 진료하느라 겪은 에피소드도 많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환자를 업고 이곳 저곳
뛰어다니는 경우는 흔한 편이다. 급한 환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밤 12시든, 새벽 6시든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간다. 보호자가 없는 한 관광객이
갑자기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됐을 때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도 했다. 한번은 젊은 여성이 갑작스럽게 아랫배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해 급하게
응급실로 호송했는데, 조금만 늦어도 난소의 물혹이 터져 심한 자궁출혈이 생길 뻔했다.
가벼운 병일 때는 그가 직접 치료하지만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한 때는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이나 서울백병원 등으로 보낸다. 환자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통역하느라 환자 곁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진료한 환자가 사망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인 그에게 건강하게
여행하는 노하우를 물었다. "여행자들의 가장 흔한 실수가 평소 먹던 약을 빠뜨리고 가져오지 않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평소 건강상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먹는 약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의사로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그는
최근 색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서울 한남동에 '야스라기'라는 오사카식 요리 전문점을 낸 것. 이곳에서 그는 의사가 아닌 요리사다. 그는
"한국에서 30년 동안 혼자 생활하다 보니 요리에는 자신이 있어요. 한국에도 일본어를 잘하는 의사들이 점점 늘고 있어 내가 설 땅이 없어져 노후
대책을 위해 식당을 열었습니다"며 웃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 2009/07/08 17: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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