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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특파원칼럼] 사형에 대한 일본의 관점

雄河 2015. 10. 31. 11:53
원문출처 : [특파원칼럼] 사형에 대한 일본의 관점
원문링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27/2008042700743.html
선 우 정·도쿄특파원 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4.27 22:06


사형에 대한 일본의 관점 
▲ 선 우 정 도쿄특파원

사형제를 폐지해 아예 사형 판결을 못 하게 하거나 한국처럼 판결은 해도 집행을 하지 않아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나라가 이미 130개국을 넘어섰다. 하지만 G7에 속하는 선진국이면서도 유독 판결과 집행 모든 측면에서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가는 나라가 일본이다.

사형 판결의 경우, 1990년대 연간 10건(1심 기준)을 넘은 것은 95년 한 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체적으로 흉악 범죄가 줄었음에도 사형 판결은 한 해도 빠짐없이 10건을 넘어섰고, 작년엔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15건을 기록했다. 실제 사형 집행은 작년 9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부 이후 3차례에 걸쳐 단행돼 지금까지 10명을 교수대에 세웠다. 이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도 1년 동안 모두 10명을 사형 집행했다.

사형에 관해 일본이 지킨 원칙, 금기도 줄줄이 깨지고 있다. 후쿠다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사형이 집행된 작년 12월, 일본 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깨고 사형수 3명의 이름과 죄목을 소상히 공개했다. 지난 2월 사형 집행 때는 집행을 명령한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법무상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사형 판결에 관한 소신까지 표명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회 회기 중엔 집행을 피한다는 원칙도 무너뜨렸다. 후쿠다 정부 때 이루어진 3차례의 집행은 모두 국회 회기 중에 단행됐다.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 판결의 원칙 역시 1999년 '히카리시(市) 모녀(母女)살인사건'에 대한 최고재판소의 2006년 파기환송 판결과 지난 23일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의 파기환송심 판결을 통해 '예외 사형'에서 '원칙 사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성인에게 적용하는 사형 기준을 미성년자(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는 만 18세 이상 만 20세 미만)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엄벌주의 흐름은 '가해자의 인권'에서 '피해자의 인권'으로 옮겨가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사형제에 찬성하는 비율은 2000년대 이후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히카리시 모녀살인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가족들이 전면에 나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토야마 법무상이 "여론이 반대하면 집행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여론이 사형제를 지지하는 이상 집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일본의 엄벌주의 흐름을 사법제도 변화와 연결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은 내년 5월부터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재판원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무죄만 판단하는 미국의 배심원이나 한국의 국민참여재판과 달리 6명의 재판원이 재판관과 함께 양형(量刑)까지 판단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최근 엄벌 움직임은) 사형이 법에 기초한 정당한 집행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재판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사형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엄벌주의가 좋으냐 나쁘냐는 개인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사형제 존치냐 폐지냐도 국민들의 감정과 문화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일본은 예부터 '죽음으로 죄를 갚는다'는 자결 전통이 강한 까닭에 사형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이 적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 측면에서만은 일본의 엄벌주의를 지지하고 싶다. 억울하게 숨진 피해자의 신원(伸寃), 유족의 분노와 절규, '내 가족이 그렇게 당했다면…'이라는 애달픔의 공감대를 국가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다.


@ 2008/04/28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