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게재
해방후 서울 화신백화점 안에는 극장식 무대가 하나 있었다.
여기에 한 단정한 신사가 노래를 부르러 나왔다.
애수의 소야곡, 남원의 애수, 이별의 부산정거장, 무너진 사랑탑 등을 불러 히트시킨 가수 남인수(南仁樹) 선생이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가수 남인수.
혹자들은 조선의 한과 애수를 담은 그의 빼어난 목소리를 들어 그를 격찬하곤 한다.
<사진> 남인수 선생 (맨왼쪽)
그러나 그의 매력은 또 한 군데가 있었다.
바로 그의 무대매너였다.
그야말로 하나의 군더더기가 없는 ‘저스트’한 것이었다.
지금의 이효리의 댄스음악을 보면, 격세지감이 있는, 아주 조용하고 단촐했던 남인수의 모습.
단아하고 저스트했던 남인수 선생의 노래는 화신백화점에 모인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관객들의 갈채를 받은 남인수는, 이내 무대 뒤로 사라지고, 그리고 화장실로 직행해야했다.
거기서 남인수는 굵고 진한 피를 토해내야 했다.
남인수는 폐가 안 좋았다고 한다.
무대에서 열창하며 폐를 혹사한 후에는, 이렇게 무대 뒤편에서 피를 토해야만 했던 남인수.
가수는 폐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다. 폐가 약했음에도 왕성한 활동을 했던 남인수는 끝내 자기 몸을 더 지탱하지 못하고 ‘불혹’을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단정한 옷차림과 반듯한 무대매너,
그리고 ‘저스트’한 제스처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있었다.
● 노래: 무너진 사랑탑 - 남인수
♪
반짝이는 별빛아래 소근소근 소근대든 그날밤
천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댕기 풀어 맹서한 님아
사나이 목숨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놓고
그대는 지금 어데 단꿈을 꾸고 있나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
봄바람에 실버들이 하늘하늘 하늘대든 그날밤
세상끝까지 같이 가자고 눈을 감고
맹서한 님아
사나이 붉고 불은 그 순정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그대는 지금 어데 사랑에 취해있나
못믿을 님아 꺾어진 장미화야
달이 잠긴 은물결이 찰랑찰랑 찰랑대든 그날밤
손가락 걸며 이별 말자고 울며 불며 맹서한 님아
사나이 벌판 같은 가슴에다 모닥불을 질러놓고
그대는 지금 어데 행복에 잠겨 있나
야멸찬 님아 엎으진 거문고야.
@ 2010/04/2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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