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남자의 입신 출세를 위해 학비를 대고 몸을 바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몇번이나 서슴치 않고, 진정과 순정으로 뒷바라지를 아까지 않는 여자.
그러나 이 불쌍한 여자는 어느날 남자의 배신을 알고 절망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기도 하고 복수의 칼을 갈지만, 속악(俗惡)한 욕망과 야망에 눈이 먼 못된 사나이는 부잣집 딸의 품에 안긴지 오래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이 한국 악극단 레퍼토리의 테마는, 한편 우리 영화계의 전통적인 주제이고, 그 주제를 다룬 우리 영화는 여성비극 멜로 드라마의 주류적 소재(素材)로서, 오늘 현실적 감각을 지닌 필름으로 관객의 공감을 사오고 있는 터다.
이른바 "뚜 마담"의 발호(跋扈), 도량(跳梁)을 들지 않더라도 "나쁜 사내아이 이야기", "여자, 착하고 불쌍한 여자아이 울리는 고약한 이야기"를 리얼리스틱한 감각으로 다룬 우리 영화는 많고, 오늘날까지 "산 이야기"로 제작되어 오고 있다.
조지 스티븐즈 감독의 1951년 작품 "젊은이의 양지"는 그런 의미로 오늘도 싱싱한 감각을 지니고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다. 현실적 공감정감대(共感情感帶)를 주는 작품이고 여전히 금일적(今日的) 주제가 신선한 것이다.
오늘, 여기서 이 "젊은이의 양지"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이 33년전의 필름이 전혀 시차를 못느끼게 하는 구원적(久遠的) 인생주제(人生主題)와 속세(俗世)의 욕(慾)ㆍ우(愚)ㆍ애(哀)ㆍ환(歡)ㆍ치(恥)ㆍ졸(拙)ㆍ위(僞)ㆍ악(惡)ㆍ선(善)ㆍ비(卑)ㆍ순(純)ㆍ진(眞)ㆍ비(非)ㆍ비(悲)ㆍ희(喜) ㆍ운(運)ㆍ망(妄)ㆍ허(虛)ㆍ정(情)ㆍ극(劇)………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양지(陽地)"는 죠세프 폰 스턴버그 감독의 "아메리카의 비극"(1931년)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 "An American Tragedy" 는 T.드라이저의 소설로서 <성공을 위한 살인>이라는 테마는 그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그것이었다.
임신한 연인을 익사케한 실재의 청년을 모델로, 사건이 일어났던 호수와 형무소의 사형수 독방을 취재하여 쓴 소설이었다.
원작소설의 주인공 클라이드 그리피스는 가난한 전도사(傳道師) 집안 출신이다. 교조주의적인 윤리감과 향락에의 본능적 충동과의 싸움, 갈등 속에 성인(成人)이 된 청년이었다.
임신한 여자 공원 로바타를 익사케 했을 때도 마음속의 격렬한 갈등이 비극을 불러들였던 것이다, 이야기가 결말로 다가서면서 클라이드는 자기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한다. 도덕적으로 유죄라는 목사의 설득에도 납득하지 않고, 그리고 어머니의 몰이해에 절망하면서 처형된다.
원작과 겨누어볼 때, 영화 "젊은이의 양지"는 당의정(糖衣錠) 멜로 드라마의 전형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죠세프 폰 스턴버그 版이 원작에 충실한 것이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면 폰 스턴버그 版의 클라이드(필립 홈즈 분)는 "이기적이고 기분파이며 비겁한 똘만이요, 섹스와 돈에 집착하는, 거의 동정의 여지가 없는 캐릭터"(마이크 드랙스맨 『메이크 잇 어게인 샘』중에서) 이다.
원작의 클라이드와는 전혀 닮은 데가 없다는 것이다.
드라이저(1871-1945)는 생전(生前), 폰 스턴버그 版을 극단적으로 싫어한 나머지 절대로 리메치크를 허락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드라이저가 그린 클라이드는 당시의 아메리카 자본주의 사회라는 '환경'의 희생자였지, 결코 폰 스턴버그 販의 그것처럼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젊은이의 양지"의 조지 스티븐즈 감독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 주인공인 것이다. ----"가장 매혹적이며 아무리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해도 다 이야기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과 마음과 성격을 가진 작중作中) 인물"인 것이다.
1951년의 작품을 만드는, 그러니까 리메이크의 실현에는 숱한 곡절이 있었다. 우선 조지 스티븐즈의 스크립트가 거부되엇던 것이다. 이유는 "테마가 지나치게 강렬하다"는 것이었다. 타이틀인 "아메리카의 비극"에 대한 변경요구도 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반미(反美)'적 이미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이저의 원작이 당의정 멜로 드라마로 변신해도 어쩔 수 없었다는 스티븐즈의 술회가 있었으나, 그러나 이 드라마를 멜로 드라마로 고쳐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티븐즈는 '양심적'이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 스티븐즈의 멜로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는 수작이었다. 아카데미영화상을 휩쓸었대서가 아니다. "젊은이의 양지"가 수입, 공개되었을 때 우리나라 관객, 특히 젊은 남녀가 보였던 반응은 얼마나 컸던가?
참고 삼아 여기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부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감독상:조지 스티븐즈
각본상: 마이클 윌슨, 해리 브라운
흑백촬영상: 윌리암 C. 멜러
편집상:윌리암 호온베크
작곡상; 프란츠 왁스맨
촬영시작은 1949년 10월.
타호우호(湖)와 캐스케이드호(湖)에서의 4주일 동안에 걸친 로케이션촬영을 비롯하여 4개월이 걸렸었다.사용한 필름은 40만 피트. 주인공역의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자주 스티븐즈 감독과 충돌했으며, 촬영최종일에는 전기(電氣) 의자 장면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 스티븐즈도, 클리프트도 세상에 없다.
죠지 이스트맨(몽고메리 클리프트 분)은 홀어머니 슬하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으로 시카고의 호텔에서 보이 노릇을 하고 있었으나, 야심가인 그는 공장 경영자인 백부(伯父)저택에서 아름다운 부잣집 딸 안젤라(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를 만나자 그녀에게 이끌린다.
백부(伯父) 공장으로 일자리를 옮긴 그는 천애고아인 처녀 알리스(셜리 윈터즈 분)와 친해지고 깊은 관계에 빠진다.
그러나 안젤라를 다시 만난 그는 안젤라를 사랑하게 되고, 이미 임신한 알리스를 냉대한다.
낙태를 권하는 죠지. 그러나 의사는 낙태를 거절한다.
한편 안젤라의 부모는 죠지와의 약혼을 허락한다.
어느날 밤 알리스는 죠지에게 전화를 걸고 그를 불러낸다. 알리스는 말한다. "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우리 둘 사이를 세상에 공표하겠어요."
모처럼의 승진을 눈앞에 둔 그는 알리스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한다.
다음날.
호수로 알리스를 유인한 그는 그녀의 뜨거운 애정을 알고 살의(殺意)를 잃지만, 죠지의 무서운 마음을 눈치챈 알리스는 겁에 질려 보트위에서 갑자기 일어나 배는 뒤집히고, 그녀는 물에 빠져 죽는다.
살아남은 죠지는 체포된다.
재판.
베로우즈 변호사(프레드 클라크 분)는 말한다.
"이 청년은 살인 행위 때문에 고발되었습니다. 살인 의지(意志) 때문에 재판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지(意志)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할 수도 있지만, 행위(行爲)에 대해서는 무죄입니다."
마로우 검사는 증거품인 보트에 죠지를 태우고, 호수에 빠진 알리스를 구(救)하지 않은 까닭을 묻는다.
죠지는 대답한다. "모르겠습니다."
다시 검사는 다구친다. "사실은 너는 알고 있다. 가르쳐 줄까? 자넨 거짓말을 하고 있어. 자넨 알리스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내버려 둔 거야."
판결은 유죄. 사형.
안젤라가 형무소를 찾는다. 면회온 그녀에게 죠지는 말한다. "지금까지 몰랐던 일을 이제 겨우 알았어. 난 여러가지 죄를 졌어. 사람들이 말한 죄(罪)들을."
안젤라는 대꾸한다. "그래도 난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살아있는 한……"
아침.
처형실로 향하는 죠지.
화면속으로부터 걸어 나온다.
그와 안젤라의 키스 신이 이중(二重)으로 비치고 FㆍO (溶暗)----아메리카 版 『적(赤)과 흑(黑)』이랄 수도 있는 "젊은이의 양지"는 끝난다.
●사족(蛇足)----영화를 찍는 동안 리즈 테일러와 몬티 클리프트는 영화속 '죠지와 안젤라' 사이처럼 사랑에 빠져, 그들의 러브 신은 최고의 박진감을 자랑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4년 4월=記>
@ 2008/08/10 21:2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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