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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애송시 100편 - 제 54편] 나그네 박목월 문태준·시인
雄河
2015. 10. 31. 10:49
원문출처 : [애송시 100편 - 제 54편] 나그네 박목월 문태준·시인 | |
원문링크 : http://issue.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3/12/2008031200398.html | |
문태준·시인 입력 : 2008.03.12 00:37 강(江)나루 건너서
경주에 살고 있던 박목월을 조지훈이 처음 만난 것은 1942년. 이 시는 박목월과 조지훈의 각별한 관계에서 태어났다. '목월에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조지훈의 시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화답으로 이 시를 썼기 때문이다. '완화삼'의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의 한 부분인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를 부제로 삼았다. '완화삼'의 시어인 나그네와 구름과 달과 강마을과 저녁 노을을 그대로 받아서 썼다. 다만 '완화삼'이 나그네의 구슬픈 우수(憂愁)를 더 드러내면서 가야 할 앞길의 정서적 거리를 '물길은 칠백리(七百里)'로 표현했다면, '나그네'에서는 물처럼 바람처럼 걸림 없이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의 길을 표표히 가는 나그네의 심사를 부각시켰다. 이 시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접한 최초의 시였다. 외할머니가 벽에 붙여져 있던 이 시를 '가갸거겨'를 배우던 방식으로 흥얼흥얼하는 것을 곁에서 들었다. 그처럼 이 시는 우리말의 가락이 아주 잘 살아 있다. 조지훈은 박목월의 시에 대해 "압운(押韻)이 없는 현대시에도 이렇게 절실한 심운(心韻)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 시를 읽으면 역시 그 평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시를 쓸 때에는 꼭 연필을 깎아 썼다는 박목월. 아이들에게 공책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한지를 묶어 공책을 만들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버지였던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山)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산이 날 에워싸고')고 노래한 박목월. 시를 알게 되면서부터 본명 박영종(朴泳鐘) 대신 '木月'이라는 큰 자연의 이름을 스스로 붙였던 그. 식민지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두진의 말대로 청록파에게 자연은 "온갖 제약을 타개하기 위한 시의 유일한 혈로(血路)"였는지 모른다. 그 한가운데에 '애달픈 꿈꾸는 사람' 박목월이 있다. @ 2008/04/28 10:32 | |